어리지만 너무 멋지네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꿈이 될 수 있는 글이었어요.
------- 원본 내용 ---------
8월 12일
- 한국대표선발전 : 인생에서 5번째 루미큐브 대회였던 한국대표선발전. 4번째 대회였던 6월 16일, 대전에서 열렸던 루미큐브 전국대회 대전 페스티벌에서 2등으로 입상해서 한국대표선발전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대표선발전에 참가하기 위해서 마산에서 서울까지 긴 시간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많이 피곤했고, 나에게는 너무나 큰 자리였기에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두려움만큼 설렘도 있었던 것 같다. 1&2라운드 총 8경기 중 5승이라는 생각보다 많은 승수를 얻게 되어 결승까지 올라갔다. 한국대표라는 자리를 놓고 경기를 하면서 너무 떨렸지만, 침착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나에게‘한국대표’라는 영광의 기회가 찾아왔다.

11월 8일
- Departure : WRC10에 참가할 나를 위해 많이 연습해줬던 성지여고 2-9반 친구들 ☺ 전날(7일) 축제를 무사히 끝내고 학교를 잠시 동안 떠나려하니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많은 응원을 해 준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가족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WRC10이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부산공항에서 강 부장님과 사장님을 만났다. 한국대표선발전이 열렸던 8월 이후, 처음 만나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떠나는 날부터 도착할 날까지 6일 간 함께할 것을 생각하니 그 당시에는 막막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비행기가 뜨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급 편해졌다. 8일 오후 5시부터 기나긴 비행이 시작되었다.

11월 9일
- Arrive in Israel : 홍콩을 경유해 총 15시간의 비행 끝에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이스라엘은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보다 너무 깔끔하고 평화로웠다. 대회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하자 처음으로 낯선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Jessica였다. " 16살, 행운을 빌어! 꼭 네가 우승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나에게 내 영어이름이 적힌 명찰과 영어로 빼곡히 적혀있는 WRC10의 팜플렛을 주었다. 팜플렛에는 WRC10의 공식규칙이 적혀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적용되었던 규칙과는 다르게 조커가 100점이라는 점에 흠칫했다. 나머지 규칙은 한국대표선발전에 적용되었던 규칙과 거의 비슷했다. 몇몇 대표선수와 운영위원 분들, 낯선 외국인들과의 첫 만남이었지만 처음 본 나를 너무 잘 챙겨주셔서 너무 좋았다.

- Reception and Welcome Dinner :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다. 호텔을 떠나 버스를 타고 작은 식당에 도착해, 34개국에서 온 각 나라의 대표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었던 시간이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온 나에게 적응기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 도착해서 보니, 이때의 사진만 없다.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나 보다. 테이블에 같이 앉았던 나라들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한국과는 색다른 분위기였다. 처음 본 사람끼리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굉장히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 같다. 나도 같이 앉았던 사람에게“몇 살이니?”,“영어로 말 할 수 있니?”,“해외여행 처음이니?”등의 질문을 받으며 분위기에 점차 적응을 해 나갔고, 입을 트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항상 교과서만 펴놓고 문법적인 요소들만 배웠기 때문에, 영어를 직접 듣고 말하는데 있어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식당 내에 있는 큰 놀이방으로 들어가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노래를 곁들여 북을 치고, 드럼 스틱으로 다함께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즐겼다. 내 주변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었지만,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11월 10일
- Pre finals 1&2 round : 34개국에서 온 각 나라의 대표들이 WRC10의 주인공을 두고 처음으로 루미큐브로 실력을 겨뤘던 시간이다. 나에게 처음 말을 걸어줬던 Jessica는 대회장에 들어서자 나에게 조그만 카드를 줬다. 그 카드 속에는 내가 경기를 하게 될 조가 편성되어 있었다. 1라운드는 8조, 2라운드는 5조였다. 카드를 받고나서 WRC10에 왔다는 것이 실감은 났지만, 한국대표선발전보다는 덜 떨렸다. 1라운드에서는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불가리아와 함께 경기를 했는데, 경기하는 분위기가 화목해서 좋았다. 내가 떨린다고 말하니, 그분들은 나에게“긴장하지마! 나는 나이가 많지만, 너는 어려서 할 수 있을거야!”라고 농담을 건넸다. 1라운드 4게임 중 나는 3승을 했고, 뉴질랜드가 1승을 했다. 누군가가“Rummikub!" 라고 외치면 큰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분위기였기에, 나는 편안하게 1라운드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긴장이 시작되었던 건 2라운드부터였다. 이스라엘로 날아오기 1주일 전, 2012년도에 열렸던 WRC8의 한국대표 이원재 선수를 만나 같이 연습을 하면서 일본과 네덜란드는 꼭 피하라고 말을 해주셨는데, 2라운드를 할 자리에 앉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네덜란드 선수가 있었다. 그 네덜란드 선수는 2012년 WRC8의 우승자라고 들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결론적으로 2라운드는 네덜란드, 체코, 미국과 함께했는데 네덜란드가 3승, 체코가 1승을 가져갔다. 1&2라운드 총 3승으로 결승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16살의 나이로 이렇게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것에,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표로 이 자리에 와서 34개국의 대표들과 한 자리에서 경기를 했었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두기로 하였으며, 마음속에 뿌듯하고, 행복했던 경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A gift exchange : 1&2라운드를 모두 끝내고 선물 교환식을 했다. 나는 한국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선물이 뭘까? 고민하다가 무궁화 무늬가 새겨진 볼펜, 매화, 훈민정음, 태극기 무늬가 새겨진 열쇠고리와 책갈피를 포장해서 선물을 준비했다. 빠른 시간 내에 선물 교환식이 진행되는 바람에, 선물을 내가 직접 소개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 선수들한테 한국의 전통을 작게나마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준 선물

다른 선수들에게 받은 선물
- Half day Activity : 1&2라운드를 모두 마치고 버스를 타고 다함께 텔아비브로 향했다. 텔아비브에 도착하자마자 빨간 모자를 쓴 가이드분이 텔아비브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텔아비브의 전경은 내가 그곳에 가기 전에 생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사뭇 놀랐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다를 뿐 부산 해운대에 간 것처럼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고, 경치가 너무 깔끔해서 시야가 탁 트였다.

- Finals : 일본, 이스라엘, 폴란드, 네덜란드 선수들이 최종 결승에서 실력을 겨루게 되었다. 좁은 공간에서 진행을 했기 때문에, 뒤쪽에 자리를 잡았던 나는 경기를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결승전이 진행되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경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예선과 마찬가지로 승자가 나오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큰 박수를 치며 축하해줬다. 결론적으로 일본 2승, 네덜란드, 이스라엘이 각각 1승씩 차지를 했고 점수 때문에 일본 1등, 이스라엘 2등, 네덜란드 3등, 폴란드가 4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최종 순위표를 보니 최종 8등이었다. 생각보다 높은 등수에 위치해있어서 더 깊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3년마다 세계대회는 꾸준하게 열리고 있고, 아직 나에게도 기회는 열려있기 때문에 혹시 다음번에 다시 WRC에 참가하게 된다면 꼭 결승까지 올라가자! 라고 스스로 위안 삼았다. ☺ ☺ ☺


- Evening Events : 결승을 모두 마치고, 결승을 진행한 식당에서‘카훗’이라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을 했다.‘카훗’이란, 큰 스크린에 문제와 그에 해당하는 보기 4개가 주어져 스마트폰을 통해 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맞히는 게임이다. 총 20개의 문제 속에는 역대 WRC에 관한 문제들로만 구성 되어있었으며, 처음 WRC에 참가한 나에게는 문제가 어렵게 느껴졌다. 앞으로 3년마다 계속 개최될 WRC의 행사 중에서 다시‘카훗’을 진행해 이번 WRC10에 관한 문제가 나온다면, 나는 다 맞힐 수 있을 것이다.
11월 11일
- Jerusalem Tour : 아무 종교가 없는 나에게 예루살렘을 방문한다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을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이스라엘로 와서 언제 이런 곳을 방문해보겠는가? 어제 방문했던 텔아비브보다는 예루살렘에 오니 이스라엘에 온 느낌이 들었다. 통곡의 벽 쪽에서 총을 메고 다니던 군인도 볼 수 있었고, 이스라엘 전통의 느낌이 물씬 났었던 것 같다. 11일의 점심은 예루살렘의 전통 시장에서 소소한 것들을 여러 차례 먹었다. 치즈, 빵, 과일 주스, 피자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통 음식도 맛 볼 수 있었다. 너무 신비로웠던 여행이었다.

- Gala Dinner : WRC10의 마지막 행사로, 헤어지기 전 다함께 밥을 먹으며 파티를 즐기는 시간이었다. 9,10일은 편한 복장을 입었다면 오늘 저녁만큼은 정장을 입고 격식을 갖췄다. 밥을 먹기 전, 각 나라와 친한 사람들끼리 사진도 함께 찍고 인사도 나눴으며 마술쇼도 보았다. 예루살렘 투어 덕분에 몸이 너무 피곤했지만, 마술쇼는 너무 흥미롭고 신기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초청 가수가 와서 노래를 부르며 다함께 춤을 즐겼는데 나는 그럴 힘이 남아나지는 않아서 의자에서 편하게 구경했다. 서양 사람들은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댄스 파티를 1시간 정도 즐긴 뒤에야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나는 Jessica와 사진도 찍었다. 나에게도 외국인 친구가 생기다니! 너무 행복했다.

11월 12일
Departure :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서 벌써 떠나는 날이 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니 너무 아쉬웠다. 아직 꿈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한 나에게, 더 넓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기회였던 것 같다. Jessica랑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6년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번 WRC10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추억을 떠올리며 꼭! 서로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하며!
Total : 누군가가 내게“너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니?”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당연 WRC10을 꼽을 것이다. 떠나기 전에는 처음 본 외국인들과 내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며칠 동안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걱정은 다 사치였던 것 같다. 6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학교를 떠나 이스라엘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쩌면 학교 수업보다 더 소중하고, 더 큰 것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을 느꼈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니 마음이 뻥 뚫렸다. 앞선 대회의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참여할 수 있는 대회는 열심히 참가한 덕분에, WRC10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 WRC10을 통해 외국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영어 실력을 조금 더 성장시킬 수 있었고, 공부보다 훨씬 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루미큐브가 더 활성화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WRC에 참가해보면 좋겠다. 루미큐브 사랑합니다 ☺♥